수업연구실

초등 AI 글쓰기 수업 후기|학생이 먼저 쓰고 AI로 첨삭해보니

수쌤 2026. 8. 23. 17:16

개학 첫날, 우리 반 아이들과 AI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난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방학 동안 가장 즐거웠던 경험을 글로 써보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자작자작’을 활용했습니다.

수업의 미션은 간단했습니다.

방학 동안 가장 즐거웠던 경험을 1,000자 이내, 5 문단으로 쓰기.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학 첫날부터 1,000자 글쓰기가 가능할까?”

아이들에게는 꽤 많은 분량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업을 진행해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업을 통해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저 역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난관은 ‘AI’가 아니라 ‘로그인’이었다

AI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의외로 글쓰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로그인과 기본적인 사용법이었습니다.

방학 동안 AI를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생각보다 로그인 과정부터 어려워했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을 찾아 들어가고, 필요한 기능을 찾는 것까지 하나씩 설명해야 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어떻게 해요?”

“로그인부터 같이 해보자.”

아이들과 함께 하나씩 해결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고 해서 모든 디지털 도구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과 학습을 목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AI 수업 역시 결국 기본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했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전에, 아이들이 도구 자체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의외로 효과가 좋았던 ‘AI 첨삭’

이번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글쓰기 이후의 첨삭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먼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방학 동안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고르고, 그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그다음 AI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글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문장의 흐름은 자연스러운지, 표현이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글의 내용이 잘 전달되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학생의 글을 대신 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AI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립니다.

생각을 정리합니다.

자신의 언어로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다음 AI를 활용합니다.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는 학생이, 첨삭은 AI가

이번 수업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원칙입니다.

AI에게 글쓰기를 맡기면 훨씬 편합니다.

주제만 알려주면 그럴듯한 글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리한 것과 배우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글쓰기 교육에서 중요한 배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했습니다.

생각 → 글쓰기 → AI 첨삭

학생들이 먼저 자신의 경험을 생각합니다.

자신의 말로 글을 씁니다.

그리고 AI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글을 다시 살펴봅니다.

저는 이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만들어준 완성된 글을 읽는 것보다, 내가 쓴 글이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학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글을 대신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글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 밖의 반응, “더 쓰고 싶어요!”

이번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게 글자 수는 1,000자로 제한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1,000자를 채우는 것부터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습니다.

“선생님, 더 쓰고 싶은데요?”

몇몇 학생들은 글자 수 제한을 풀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놀라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글을 길게 쓰는 것을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쓸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 자신이 좋아했던 일, 기억에 남는 일을 글로 쓰게 하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어쩌면 ‘무엇을 잘 써야 할까?’가 아니라 ‘내게 어떤 경험이 있었지?’를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수업에서 정리한 AI 글쓰기 원칙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AI 글쓰기에 대한 저만의 기준도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생각은 학생이 한다

무엇을 쓸지, 어떤 경험을 선택할지, 그 경험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학생이 먼저 결정합니다.

글도 학생이 쓴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합니다.

첨삭은 AI의 도움을 받는다

학생이 작성한 글의 문장이나 흐름을 점검하고 더 나은 표현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합니다.

최종 판단은 교사가 한다

AI가 제안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 목표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교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조정합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AI 글쓰기 수업은 이런 모습입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하도록 돕는 수업.


개학 첫날,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웠다

이번 수업을 마치고 나니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습니다.

처음 1,000자를 걱정했던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저였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AI 역시 새롭게 보였습니다.

글을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글을 돌아보고 다듬도록 돕는 도구
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디에서 학생의 생각을 지켜줄 것인가
였습니다.

앞으로도 직접 수업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 답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EduLab by 1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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