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면
우리 반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 똑똑이 해도 돼요?”
똑똑이?
우리 반에서는 ‘똑똑수학탐험대’를 줄여서 그냥 ‘똑똑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똑똑이를 꽤 좋아합니다.
특히 수학 문제를 빨리 해결한 아이들에게는
수업 시간에 기다리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자신의 진도에 맞는 수학 학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똑똑이에서 오늘 할 학습을 마친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율활동 **입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아주 좋아합니다.
어느 순간 보면 몇 명씩 모여서
자동차 경주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간다!”
“아니야! 내가 이겼어!”
수학 시간인데 교실 한쪽에서는
자동차경주가 한창입니다. 😂
그런데 ~
똑똑이를 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 모습을 무척 아쉬워합니다.
“선생님, 저는 오늘 똑똑이 못 해요?”..............
사실 우리 반에서 똑똑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자동차 경주를 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똑똑이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
똑똑이가 시작되는 순간,
오히려 아이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반 수학시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수업을 시작하면 교과서의
오늘 배울 부분을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 것 같아?”
“수업이 끝났을 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할까?”
이게 우리 반의 생각열기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살펴보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학생이 11명이니 30초씩 발표해도
6~7분이면 모든 발표가 끝나죠^^
처음 3월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 작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하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매일 조금씩 반복했습니다.
틀려도 괜찮고,
엉뚱해도 괜찮고,
친구와 생각이 달라도 괜찮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나니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틀릴까 봐 망설이기보다
“저는 오늘 곱셈을 배울 것 같아요!”
“이걸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하며 씩씩하게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생각열기를 하고 나면
오늘의 학습목표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하죠!
오늘은 3학년 2학기, 곱셈 단원입니다
오늘 수업은 3학년 2학기 1단원 곱셈이었습니다.
먼저 짧은 영상을 보며
오늘 배울 수학 개념을 익힙니다.
그리고 수학책을 펼치고
이때는 전체학습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문제씩 풀어가면서
개념을 확인합니다.
“왜 이렇게 계산했을까?”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생각을 확인하면서
수학책을 함께 풀어갑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같은 수업을 합니다.
그다음부터 조금 달라집니다.
이제부터는 각자의 속도로 갑니다
수학책을 함께 풀었다면
이제 수학익힘책을 풉니다.
이때는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어떤 아이는 금방금방 풀어갑니다.
어떤 아이는 한 문제를 오래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는 계산은 빠른데 자꾸 같은 유형에서 실수를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문제를 풀고 있지만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인지 조금 더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수학익힘책을 푸는 동안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봅니다.
그리고 다 푼 아이의 책을
하나씩 직접 확인합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틀린 문제가 있다면
다시 풀어보게 합니다.
수정이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똑똑이입니다.
“선생님! 저 똑똑이 해도 돼요?”
수학익힘책을 확인받고
틀린 문제까지 모두 수정한 아이들은
태블릿을 들고 똑똑이를 시작합니다.
이 순간부터 교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선생님! 저 됐어요!”
“저도요!”
아이들이 하나둘씩 똑똑이를 시작합니다.
똑똑이는 교사가 일일이 문제를 채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학습을 진행하는 동안
저는 다른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제가 똑똑이를 수업에 넣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빠른 아이를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수학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속도 차이가 꽤 큽니다.
어떤 아이는 이미 오늘 배운 내용을 이해해서
문제를 술술 풀어냅니다.
반면 어떤 아이는 같은 설명을 한 번 더 들어야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문제를 풀기는 했지만
계산 과정에서 계속 오류가 나타납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됩니다.
빠른 아이에게는 무엇을 해줄까?
느린 아이는 어떻게 도와줄까?
모든 아이를 동시에 붙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똑똑이를 활용하면서
이 고민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빠른 아이는 똑똑이에서 자신의 학습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에
- 아직 문제를 다 풀지 못한 아이
- 같은 유형에서 계속 실수하는 아이
-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
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했어.”
“그런데 이 문제에서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우리 이 부분만 다시 한번 볼까?”
아이 옆에 앉아
그 아이에게 필요한 설명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똑똑이는 ‘빠른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 보면 똑똑이는
공부를 빨리 끝낸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똑똑이가 있기 때문에
교사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빠른 아이에게는
“잠깐만 기다려.”
라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느린 아이에게는
“빨리 해야 다른 친구들도 할 수 있어.”
라고 재촉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자 필요한 만큼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게 제가 수업에서 느끼는
똑똑이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똑똑이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똑똑이에서 오늘 학습할 내용을 마친 아이들은
자율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시끌시끌합니다.
자동차 경주를 하는 아이도 있고,
탐험활동을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수업시간 내내 조용히 앉아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활기가 넘칩니다.
“선생님! 제가 이겼어요!”
“같이 하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아이가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저는 왜 똑똑이 못 해요?”
“수학익힘책부터 마무리해야지.”
그러면 아이가 다시 책을 봅니다.
조금 전까지 풀리지 않던 문제가
갑자기 조금 더 중요해집니다.
“나도 똑똑이 하고 싶다.”
아이에게는 이것도 하나의 동기가 됩니다.
하지만 나는 똑똑이보다 아이들을 보고 있습니다
똑똑이를 사용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의 차이였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이해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이해합니다.
누군가는 계산 실수가 많고,
누군가는 문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사는
그 차이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똑똑이가 아이들의 학습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교사를 대신하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반복적인 학습과 확인의 일부를 맡아주면
교사는 아이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빠른 아이에게는
더 배울 기회를 주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교사가 더 오래 머물러줄 수 있습니다.
저에게 똑똑이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시간에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같은 교실에 있지만
같은 속도로 배우지는 않습니다.
어떤 아이는 먼저 도착하고,
어떤 아이는 조금 늦게 도착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아이를 같은 속도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배우면서도
아무도 학습에서 놓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반에서 똑똑이는
빠른 아이를 위한 심화학습 도구이면서,
동시에 제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수업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글쓰기 수업에서 이야기했던
두 아이가 연결됩니다.
글을 완성하지 못했던 두 아이.
그 2명은 어디에서 멈췄는가?.
이번 수학 수업을 하면서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이마다 멈추는 곳이 다르다면
교사는 그 지점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 AI는
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아이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똑똑이 화면보다 아이들을 더 오래 바라봅니다.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보다,
누가 어디에서 멈췄는지.
그리고 그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AI 활용 수학 수업의 시작입니다.
빠른 아이는 더 배우고,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봅니다.
현직 초등교사의 리얼 노하우, 1수1
오늘의 수업을 연구하고, 내일의 교육을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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