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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교사

AI가 아이의 글을 읽어보면? 개학날 글쓰기 수업, 그다음 이야기

by 수쌤 2026. 8. 26.

지난 글에서 개학날 아이들과 했던 자작자작 글쓰기 수업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골라 1000자 글쓰기에 도전했던 수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1000자라는 숫자를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술술 글을 써 내려갔고, 오히려

“선생님, 1000자 제한을 없애면 안 돼요?”

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생각보다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AI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이 먼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자신의 문장으로 글을 완성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AI가 처음부터 문장을 만들어준다면 훨씬 쉽게 쓸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쓴 글을 AI에게 보여주면?”

바로 그다음 이야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아이들이 먼저 쓴 글, AI는 어떻게 읽었을까?

이번 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11명이었습니다.

그중 9명이 글을 제출했고, 제출한 9명의 글은 모두 AI 피드백까지 완료되었습니다.

글쓰기 수업의 활동과 글감

앞서 소개했던 바로 그 글쓰기 활동입니다.

학생 11명 중 9명 제출완료

제출 9명 / 11명
피드백 완료 9명 / 9명

11명의 학생중에 9명이 제출완료했고, 따라서 피드백도 9개 밖에 없습니다.

제출하지 못한 2명은?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또 다루어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이 이제 AI라는 또 다른 독자에게 건너간 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AI는 아이들의 글에서 무엇을 발견할까?”


점수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아래였습니다

AI가 아이들의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점수였습니다.

70~80점, 60~70점 정도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이라면 아마 점수부터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점수보다 그 아래에 적힌 피드백에 눈길이 갔습니다.

생각보다 구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잘 썼어요.” 또는 “조금 더 노력하세요.”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글에서 잘한 점을 찾아주고,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글이 더 좋아질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AI가 써준 피드백1

예를 들어 한 학생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라는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언제 있었던 일인지, 어떤 장면이었는지,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조금 더 담아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피드백을 읽는데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했던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어?”
“그래서 기분은 어땠어?”

AI가 아이의 글을 읽고 던지는 질문이 제가 아이들과 글을 읽으며 나누던 이야기와 꽤 닮아 있었습니다.

조금 신기했습니다.


“이것도 있었고, 저것도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의 글에는 방학 동안 있었던 여러 경험이 차례로 등장했습니다.

바다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와도 놀았습니다.

아이에게는 모두 소중한 기억이었겠지요.

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빠르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AI는 이 학생에게 글의 중심을 조금 더 분명하게 잡아보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모든 경험을 한꺼번에 담기보다,

“이번 방학에서 내가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를 중심으로 글을 다시 바라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초등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자주 만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종종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서 네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야?”

이번에는 AI가 그 질문을 먼저 건네준 셈입니다.


경험을 적는 것에서, 경험을 돌아보는 것으로

또 다른 피드백에서는 자신의 경험에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보라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물놀이도 하고 시장에도 갔어요.”

라고 적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은 물놀이도 하고 시장에도 갔어요. 그래서 하루가 정말 즐거웠어요.”

처럼 자신의 느낌을 연결해보는 것입니다.

AI가 써준 피드백2

마지막에는 방학을 마친 지금 어떤 마음인지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방학이 끝나서 조금 아쉽지만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설레요.”

와 같은 문장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을 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까지 들어가면 글이 조금 달라집니다.

경험을 기록하는 글에서, 경험을 돌아보는 글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AI에게 ‘다시 써줘’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이번 활동의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글을 AI에게 보여주면서 “더 잘 써줘.”라고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훨씬 매끄러운 글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가 다시 쓴 글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활동에서 AI의 역할은 글을 대신 써주는 작가가 아니라, 아이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였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써보면 어떨까?”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골라보면 어떨까?”

“마지막에 네 생각을 넣어보면 어떨까?”

이런 피드백을 받은 뒤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이입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교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I가 피드백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피드백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도록 도울 것인가이기 때문입니다.


AI의 말이라고 모두 고칠 필요도 없습니다

AI가 제안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AI가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질문 하나면 역할이 달라집니다.

AI가 평가하고 아이가 그대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AI의 의견을 듣고 아이가 판단하는 것.

저는 이것이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AI에게 답을 얻는 능력만큼이나, 그 답을 다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명의 아이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이번 활동에서 11명 중 9명은 글을 제출했고, 모두 AI 피드백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2명의 학생은 제출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교실에서는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9명의 아이가 AI 피드백을 받았다는 결과만 보면 활동은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교사의 눈에는 동시에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아이는 어디에서 멈춘 걸까?”

기술적인 어려움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섣불리 답을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이의 ‘멈춤’ 역시 수업에서 중요한 정보라는 것.

그래서 저는 이 두 명의 이야기를 그냥 ‘미제출’로 끝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번 수업에서 알게된 것

앞서 아이들이 먼저 글을 쓰고 AI로 피드백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피드백의 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처음의 질문과는 조금 다른 질문이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AI가 아이들의 글을 얼마나 잘 첨삭할까?”

가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AI의 피드백을 어떻게 아이의 배움으로 연결할까?”

가 더 궁금합니다.

AI는 분명 꽤 유용했습니다.

아이의 글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찾아주었고, 글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좋은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 글쓰기 교육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그 피드백을 읽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더 써볼 수 있겠다.”

라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설계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교사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생각하는 AI와 초등 글쓰기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AI에게 글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내 글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

저는 이것이 AI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꽤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잘된 아이들’이 아니라 ‘멈춘 아이들’입니다

이번 활동에서 9명의 아이는 자신의 글을 AI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한 번 더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2명의 아이는 그 과정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차이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어떤 아이는 끝까지 이어졌고, 어떤 아이는 중간에서 멈추었을까?”

어쩌면 AI를 활용한 수업의 진짜 이야기는 성공한 9명의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번 활동에서 끝까지 제출하지 못했던 두 명의 학생을 다시 바라보려고 합니다.

잘된 결과가 아니라,

아이들이 멈춘 순간에서 수업을 다시 바라보는 것.

저는 그곳에서도 분명 다음 수업을 위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직 초등교사의 리얼 노하우, 1수1

오늘의 수업을 연구하고, 내일의 교육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