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는 아이들과 현장체험학습을 간다.
목적지는 이월드다.
체험학습 날짜가 다가오니 교실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무엇을 탈지 궁금해하고, 친구들과 어디를 먼저 갈지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체험학습을 그냥 기다리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하루를 계획해보도록 했다.
1. 이월드 지도를 전자칠판에 띄웠더니
전자칠판에 이월드 전체 지도를 띄워놓았다.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둘 앞으로 시선을 모은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전자칠판에 띄워놓은 이월드 지도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어떤 놀이기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자기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찾는다.
“선생님, 이거 탈 수 있어요?”
“선생님, 저는 이거 너무 타보고 싶은데 키가 작아서 못 타요.”
“아, 진짜 안타깝다.”
놀이기구 하나를 발견할 때마다 질문이 나온다.
“선생님, 저거 탈 수 있어요?”
“저거 진짜 무섭대요.”
“선생님, 귀신의 집 들어갈 수 있어요?”
“귀신 안 무서워요?”
아직 이월드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이월드에 가 있는 것 같다.
지도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신이 난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찾고, 누군가는 자기가 꼭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찾는다.
또 누군가는 키 제한을 확인한다.
친구가 찾은 놀이기구를 보면서 자기 모둠에서 탈 것을 다시 의논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기대가 된다.
‘다음 주에는 정말 정신없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2. 이번에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학습을 계획했다
이번 현장체험학습에서 아이들은 모둠별로 움직인다.
그래서 모둠 친구들과 함께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선택하고, 이동 동선을 직접 짜도록 했다.
어디에서 출발할지, 어떤 놀이기구를 먼저 탈지, 그다음에는 어디로 이동할지 생각해본다.
몇 시에 점심을 먹는지, 어디에서 식사하는지 확인하고 활동지에 모두 기록해야한다.
중간에 다시 만날 장소도 정하고, 체험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모두가 다시 모이는 집합 장소와 시간도 확인하고 기록해야 한다.
평소라면 교사가 정해준 순서대로 움직이면 되겠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직접 계획해보게 했다.
이거 너무 좋은 활동이다. 내가 앞에서 계획과 일정을 모두 알려주고 설명하고, 동선을 다짜주면 아이들은 듣는둥 마는둥...
모두 이해했는지 애가타서 몇번을 반복해서 말하고 설명하고 확인하고 했었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눈이 반짝반짝하며 모둠별로 나를 찾아와 시간과 장소를 묻고 확인한다.
나도 장난기가 발동해서 처음에는 '안가르쳐주~~지~'라고 놀리기도 했다.
물론 계획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직접 지도를 보고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의견을 맞춰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모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 갔다가 여기 가면 되겠다.”
“그런데 이거 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아이들이 실제 현장체험학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계획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3. 이번 활동에는 AI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번 체험학습 준비 과정에서는 AI의 도움을 꽤 많이 받았다.
먼저 제미나이를 활용했다.
아이들이 활동지에 어떤 내용을 작성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기본적인 활동지 초안을 만들었다.
모둠별로 놀이기구를 선택하고, 이동 동선을 정하고, 만나는 장소와 시간, 점심시간과 식사 장소 등을 기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내가 다시 살펴보고 아이들이 실제로 작성하기 편하도록 수정했다.
그리고 요즘 내가 연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는 캔바로 가져왔다.
캔바에서 활동지의 구성을 다시 잡고 글자와 내용을 정리하면서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편집했다.
이렇게 하나씩 손을 보니 처음의 초안이 실제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활동지로 바뀌었다.

4.“미션도 있으면 재미있겠다”
활동지를 만들고 나니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만 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중간중간 작은 미션을 수행하면 체험학습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ChatGPT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월드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미션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찾아보고, 관찰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미션을 만들었다.
그 미션 역시 캔바로 가져가 다시 편집했다.
요즘 캔바를 공부하고 있어서인지 예전보다 활동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AI에게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보고 고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맞게 바꾸는 과정이 꽤 재미있다.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AI가 수업을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AI는 그 과정에서 시간을 줄여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에 가깝다.
이번 이월드 활동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랬다.
제미나이에서 기본적인 초안을 잡고, ChatGPT에게 미션 아이디어를 얻고, 캔바에서 내가 직접 편집했다.
결국 아이들 앞에 놓인 활동지는 여러 도구의 도움을 받았지만,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맞게 완성한 것은 나였다.

5. 그런데 오늘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따로 있었다
오늘 아이들과 활동을 하면서 참 재미있었다.
아이들이 이월드 지도를 보며 신나 하는 모습도 좋았고, 모둠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고르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런데 오늘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가장 오래 생각나는 장면은 따로 있다.
우리 반에는 이번 현장체험학습에 가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체험학습을 가는 날 부모님에게 공연 일정이 있어서 1박 2일로 강원도에 가야 하는데, 아이를 맡겨둘 곳이 없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 현장체험학습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 그 아이는 친구들이 이월드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학 학습지를 풀었다.
수학에서 특히 연산부분이 잘 안되는 아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체험학습을 함께 안가니 모둠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부족한 수학공부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친구들은 전자칠판에 띄워놓은 이월드 지도를 바라보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탈 수 있어?”
“나는 이거 타고 싶어.”
“저거 진짜 무섭대.”
“귀신의 집 들어갈 수 있어?”
교실은 다음 주 체험학습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가 말했다.
“아마도 지금 쟤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친구들이 신나게 놀이기구를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을까.
친구들이 이월드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모둠별로 어디를 갈지 의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하기 싫은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정말 가고 싶었겠다.’
그 생각이 들었다.
6.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아닐 수도 있다
교사에게 현장체험학습은 준비할 것이 많은 하루다.
모둠을 정하고, 활동지를 만들고, 안전을 확인하고, 이동 동선을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안내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다르다.
현장체험학습은 한참 전부터 기다리는 특별한 하루일 수 있다.
오늘처럼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지도를 보면서 신나 하고, 놀이기구 이름만 보고도 기대하고,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는 시간 자체가 이미 체험학습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그 아이의 한마디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친구들에게는 신나는 준비 시간이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가지 못하는 현장체험학습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을 테니까.
오늘은 AI를 활용해 활동지를 만들고 미션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다 보니 결국 가장 기록하고 싶은 것은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자칠판 앞에서 이월드 지도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뒷모습.
“선생님, 이거 탈 수 있어요?”라고 묻던 목소리.
“저거 진짜 무섭대요.”라고 말하던 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도 지금 쟤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 거예요.”
라고 말하던 한 아이의 목소리다.
다음 주에는 아이들과 이월드에 간다.
오늘 지도를 보며 그렇게 신나 하던 아이들이 실제 놀이기구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 함께하지 못했던 그 아이에게도 다음에는 또 다른 즐거운 하루가 찾아오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사실 아직 우리에겐 많은 체험학습이 남아있다~~~~
현직 초등교사의 리얼 노하우, 1수1
오늘의 수업을 연구하고, 내일의 교육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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