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과 여러 가지 AI·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에 푹 빠져 있다.
내가 새로운 기능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교사인 나는 더욱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트봉봉을 처음 시작해 보았다.
아트봉봉은 디지털 창작도구이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미술수업을 할 수 있는 도구이다.
온라인 학급은 아이스크림 초등과 연동되기 때문에 개설하기도 쉽고, 학생들을 초대하는 과정도 굉장히 간단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평소 사용하던 아이스크림 초등 안에 있는 도구라 그런지 처음 사용하는데도 낯설어하지 않는다.
교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구를 수업에 도입할 때 아이들이 접속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때가 있는데, 익숙한 플랫폼과 연동된다는 점은 꽤 편하게 느껴졌다.
1. 그림만 그리는 도구인 줄 알았는데
아트봉봉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해본 것은 미술 활동이었다.
그런데 사용하다 보니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창작도구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체크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그날의 마음을 날씨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맑음, 흐림, 비처럼 자신의 마음 상태를 날씨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어제 선택한 마음 날씨를 보았는데……
100% 맑음이었다.
이건 또 선생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모두 맑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것이 반갑기도 했고, 우리가 함께 지내는 교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서 이런 작은 마음 체크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2. 처음에는 수채화 튜토리얼부터

아트봉봉을 처음 사용하는 수업이니 아이들과 수채화 튜토리얼부터 시작했다.
유튜브에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제공되기 때문에 교사가 아이들에게 연결해 주기만 해도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영상을 그냥 아이들에게 맡겨두지는 않았다.
영상을 모두 함께 보면서 중간중간 멈추고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에서는 이렇게 해보자.”
“지금 영상에서 하는 방법을 잘 살펴보자.”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보면서 필요한 부분은 설명해 주고, 수채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았다. 영상을 따라 해본 다음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도록 했다.
아이들이 각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교실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전자칠판에는 아이들이 제출한 그림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도록 열어두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바로 볼 수 있어서 나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3. “선생님, 배고파요.”

4교시였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한 아이가 그림 대신 무언가를 제출했다.
“배고파.”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마 4교시라 정말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전자칠판에 아이들이 제출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보이니 그걸 본 나도 웃고, 아이들도 웃었다.
그런데 한 번 시작된 장난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그림 대신
“수학 숙제 주세요.”
라고 올렸다.
나는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또 재미있다.
우리 반에서 수학을 아주 잘하는 아이이다. 특히 암산이 굉장히 빠른 아이이다.
미술 시간에 수채화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선생님에게 수학 숙제를 달라고 하다니.
정말 우리 반 아이들답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수업이라는 것이 꼭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4. “선생님, 저는 제 친구를 그렸어요.”

한바탕 웃고 다시 그림을 그리던 중 또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제 친구를 그렸어요.”
그래서 그림을 보았다.
그런데 그림 속에는 돼지가 한 마리 그려져 있었다.
이 아이는 살짝 통통한 편인데 평소에도 본인 스스로 자꾸 자신을 돼지라고 표현하면서 친구들을 웃게 만드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도 그림을 보고 또 웃었다.
아이들이 서로 편하게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
우리 반은 분위기가 참 좋다.
물론 수업시간에 장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장난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웃고 떠들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교사인 나도 그 모습을 함께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가 참 좋다.
5. 디지털 도구가 만들어 준 또 하나의 수업

처음에는 아트봉봉이라는 디지털 미술 도구를 경험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도구 자체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친구의 그림을 보고,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때로는 엉뚱한 것을 제출하면서 수업에 참여했다.
전자칠판에 아이들의 작품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니 나도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로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장난도 보이고, 개성도 보이고, 평소 교실에서 보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림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디지털 도구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미술수업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무엇보다 교사인 나도 재미있었다.
40분이라는 수업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처음 시작한 아트봉봉 수업.
아직은 2주 체험의 첫걸음일 뿐이다.
앞으로 아이들과 조금 더 사용해 보면서 어떤 수업이 가능한지, 실제 교실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하나씩 경험해 볼 생각이다.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배울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배우려고 시작하지만, 결국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면 나도 더 해보고 싶어진다.
이번 아트봉봉 2주 체험도 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도구 하나를 써보는 경험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과 직접 부딪혀 보고, 웃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만나면서 이 도구가 우리 교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천천히 찾아보고 싶다.
일단 첫 수업은 성공이다.
재미있었으니까.
현직 초등교사의 리얼 노하우, 1수1
오늘의 수업을 연구하고, 내일의 교육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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