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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수1 수업자료

학습이 느리면 학급임원이 될 수 없을까? 3학년 임원선거~

by 수쌤 2026. 9. 18.

9월17일..... 2학기 학급임원선거를 했다.

우리 반은 11명이다.

1학년 때부터 쭈욱 11명이다. 1학년 1학기에도 11명, 2학기에도 11명. 2학년 때도 그대로였고 3학년인 지금도 똑같다.

1학년 1학기 회장, 남부회장, 여부회장.
2학기에도 그리고, 2학년 때도 똑같이 선거를 치렀다.

그렇게 몇 번의 선거를 거치다 보니 우리 반 11명은 이미 2학년 때 회장이나 부회장을 모두 한 번씩 경험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조금 생각했다.

‘이제 임원은 한 번씩 다 해봤으니 3학년쯤 되면 경쟁이 좀 덜하려나?’

아니다.


11명 중 회장 후보가 5명

 

우리반 회장 선거에는 무려 5명이 출마했다.

11명 중 5명이다.

며칠 전인 화요일에는 전교임원선거가 있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70명 정도여서 3학년부터 전교임원선거 투표에 참여한다.

그날 우리 반 아이들은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앞에 나와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봤다.

그래서였을까.

학급임원선거에서는 너도나도 공약 발표에 열심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공약도 나온다. 아마 화요일에 들었던 전교임원 후보들의 공약이 아이들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누가 어떤 공약을 했는지 아이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제법 진지하다.

“제가 회장이 된다면…….”

한 명씩 자기 공약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투표가 시작됐다.


2표, 2표, 2표, 2표… 그리고 3표

개표는 1학기 임원들이 맡았다.

1학기 여부회장이 투표용지를 한 장씩 펼쳐 이름을 읽고, 남부회장이 결과를 적었다.

그런데 개표가 정말 박진감 넘쳤다.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나란히 2표씩을 받았다.

2표.
2표.
또 2표.
또 2표.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박○○이 3표를 받았다.

딱 한 표 차이였다.

박○○이 회장으로 결정됐다.

박○○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보였다.

‘내가 정말?’

아마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박○○에게도 3년 동안 처음 해보는 회장이었다.

박○○은 학습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다.

그동안 교실에서 학습을 지도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 주기도 했고, 한 번 더 설명해 주기도 했던 아이다.

그런 박○○이 오늘 친구들의 선택을 받아 회장이 됐다.

박○○이 내건 공약은 이것이었다.

“친구들이 다툼이 생기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게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그 말을 들었고, 자기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한 표를 주었다.

그뿐이었다.


“수학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장면이 이어졌다.

박○○이 회장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이 남부회장 후보로 나섰다.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공약을 이야기했다.

“수학 시간에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제가 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나는 웃음이 났다.

참 이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은 모든 교과를 똑같이 잘하는 아이가 아니다. 어떤 학습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교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수학은 다르다.

수학에서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기가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수학을 잘하니까, 어려워하는 친구가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아이의 공약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다.

결국 이○○은 친구들의 선택을 받아 남부회장이 됐다.


아이들은 친구를 한 가지 기준으로 보지 않았다

오늘 선거가 끝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준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인지도 모르겠다.

학습이 조금 느리면 임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표를 잘해야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친구들에게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연결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의 투표는 달랐다.

아이들에게 친구의 학습 속도는 투표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공약을 듣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그게 전부였다.

박○○은 친구들이 다투었을 때 화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은 자신이 잘하는 수학으로 친구를 돕겠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그 말을 듣고 두 아이를 선택했다.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선거

교실에서 아이들을 매일 만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학습이 빠른 아이와 조금 느린 아이, 발표를 잘하는 아이와 조용한 아이.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관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관찰이 아이 전체를 설명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다시 느꼈다.

학습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믿음을 주는 친구일 수 있다.

어떤 과목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도 다른 과목에서는 당당하게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친구의 모습을 생각보다 잘 알고 있다.

오늘 나는 2학기 학급임원선거를 진행했다.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 날이었는데, 선거가 끝나고 보니 정작 배운 사람은 나였다.

11명의 작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친구를 점수 하나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한 표를 건넸다.

나는 오늘 그 한 표가 참 멋져 보였다.

 

수업에서 사용한 학급임원선거 투표용지는 Canva에서 직접 제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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