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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은~

빠른 아이는 똑똑이로 갔고, 나는 세 아이 앞에 앉았습니다

by 수쌤 2026. 8. 30.

1. 같은 곱셈 문제를 풀었는데, 아이들이 멈춘 곳은 모두 달랐습니다

“선생님! 저 다 했어요.”

수학익힘책을 들고 오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제가 책을 확인하고,

“응, 잘했어. 이제 똑똑이 해.”

라고 말하면 아이의 표정이 금세 밝아집니다.

태블릿을 들고 자리에 앉아 똑똑이를 시작합니다.

교실 한쪽에서는 자동차 경주가 시작되고,
누군가는 친구와 점수를 비교하며 깔깔 웃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아직 수학익힘책을 붙잡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 곁으로 갑니다.

빠른 아이는 똑똑이로 가고,
저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 앞에 앉습니다.

앞글에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의 문제를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았습니다.

왜 틀렸을까?

그리고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문제를 틀렸는데, 아이들이 멈춘 곳은 모두 달랐습니다.


2. “42×85를 계산해 보세요.”

3학년 2학기 곱셈 단원에서 만난 문제입니다.

42 × 85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풀이를 차례로 살펴보니
제 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이야기가 보였습니다.

첫 번째 아이는 문제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연필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 못 풀겠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합니다.

“구구단을 잘 몰라요.”

그래서 간단한 것부터 물어봅니다.

“2×5는?”

“10이요.”

“그래. 그럼 4×5는?”

아이의 표정이 굳습니다.

“몰라요.”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 아이에게 42×85는
곱셈의 방법을 몰라서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구구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예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곱셈 문제를 풀고 있지만
이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은 계산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곱셈 사실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3. 두 번째 아이는 조금 달랐습니다

두 번째 아이의 풀이를 봤습니다.

이 아이는 42×85를

42×80 + 42×5

로 나누어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알고 있네.’

85를 80과 5로 나누어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줄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가 묻자 아이가 말합니다.

“이걸 더해야 하는데….”

곱셈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3360 + 210

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곱셈의 원리를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곱셈은 이해했지만, 그다음 덧셈에서 막힌 것입니다.

만약 이 아이에게 곱셈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을 또 설명하는 대신
이 아이에게는 덧셈 과정에서 무엇이 어려운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4. 세 번째 아이는 계산까지 했습니다

세 번째 아이의 풀이를 봤습니다.

42×80도 계산했고,

42×5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두 수를 더했습니다.

그런데 답이 이상합니다.

다시 풀이를 살펴봅니다.

곱셈도 알고 있습니다.

덧셈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숫자의 자리수가 맞지 않았습니다.

계산 자체를 못한 것이 아니라
수를 어느 자리에 놓아야 하는지에서 오류가 생긴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

“곱셈을 다시 공부해야 해.”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역시 정확한 도움이 아닙니다.

이 아이는 곱셈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고
덧셈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계산 과정에서 자리값을 정확하게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곱셈 문제를 더 많이 풀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자리의 숫자인지,
왜 그 자리에 써야 하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5. 같은 문제인데, 아이들이 멈춘 곳은 달랐습니다

잠깐 멈춰서 세 아이의 풀이를 나란히 놓아 보았습니다.

모두 같은 42×85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구구단에서 멈췄고,

한 아이는 곱셈을 나누어 계산하는 방법은 알지만 덧셈에서 멈췄고,

한 아이는 계산은 했지만 자리값을 맞추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습니다.

결과만 보면 모두 똑같습니다.

“곱셈 문제를 틀린 아이.”

하지만 아이 앞에 앉아

“왜 이렇게 풀었어?”

라고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저는 그때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오답은 결과가 아니라 생각의 흔적일 수 있구나.


6. 교사가 오답을 보는 이유

아이의 답이 틀렸을 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잘못했어.”

“이렇게 계산해야 해.”

라고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하면
아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풀었어?”

아이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 이 아이는 여기까지 알고 있구나.”

“이 부분은 이해했는데 다음 단계에서 연결이 안 되는구나.”

“계산 문제가 아니라 자리값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

정답만 확인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이의 설명을 듣는 순간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도 달라집니다.


7. 그래서 우리 반에서는 채점 시간이 중요합니다

우리 반에서는 수학익힘책을 다 푼 아이가
바로 똑똑이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먼저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틀린 문제가 있으면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수정이 끝난 아이가
그제야 똑똑이로 넘어갑니다.

사실 똑똑이에도 자동 채점 기능이 있으니
굳이 교사가 다시 확인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 채점은 답이 맞았는지를 알려줄 수 있지만,
교사는 아이가 왜 그렇게 답했는지를 물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저는 아이들의 풀이를 직접 확인합니다.


8. 똑똑이가 아이를 보내주었고, 나는 그 아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같은 속도로 문제를 풀었다면
저도 한 아이의 풀이를 오래 들여다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반에서는
먼저 학습을 마친 아이들이 똑똑이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저는 자연스럽게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이 곁에 앉을 수 있습니다.

“어디가 어려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했어?”

“여기까지는 할 수 있겠어?”

아이의 풀이를 보고 질문하고,
아이의 대답을 듣고 다시 살펴봅니다.

그렇게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오답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교사는
단순히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읽는 사람이 됩니다.


9. 모든 아이에게 같은 설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 아이를 살펴보고 나니
한 가지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들은 같은 문제를 풀고 있지만
필요한 도움은 모두 다릅니다.

구구단에서 멈춘 아이에게는
기본적인 곱셈 사실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덧셈에서 멈춘 아이에게는
곱셈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계산 과정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자리값에서 오류가 난 아이에게는
수를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같은 문제, 같은 오답이라도
아이마다 필요한 처방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틀린 아이’를 찾는 것보다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0. 빠른 아이는 더 배우고,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봅니다

앞글에서 썼던 이 문장이
이번 수업을 통해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빠른 아이는 더 배우고,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봅니다.

하지만 ‘본다’는 것은
그저 아이를 바라본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풀이를 보고,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의 실수를 살펴보고,

그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알아보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진짜 ‘아이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AI가 제 역할을 해줍니다.

빠른 아이에게는
자신의 속도에 맞는 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저는 그 시간 동안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AI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만이
AI 활용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AI가 교사에게 아이를 바라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저에게는 그것도
AI 활용 수업의 중요한 모습이었습니다.

빠른 아이는 똑똑이로 가고,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그것을 찾아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AI 활용 수학 수업의 시작입니다.


현직 초등교사의 리얼 노하우, 1수1

오늘의 수업을 연구하고, 내일의 교육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