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양궁체험을 다녀왔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뜻했다. 야외에서 체험하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체험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아이들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체험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나 있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너무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처음 경험하는 양궁체험이라 그런지 기대하는 마음이 그대로 보였다.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해보는 양궁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체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체험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주변을 둘러보면서 재미있는 대화가 몇 번 오갔다.
1. “야구에 이응만 붙이면 양궁이니까”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야구를 좋아해서 아빠랑 야구 보러 자주 가는데요. 이제 양궁도 좋아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말했다.
“야구에 이응만 붙이면 양궁이니까 너는 양궁도 잘하겠네?”
순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반응했다.
“어? 맞네.”
“그렇네.”
“진짜 너는 양궁도 잘하겠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그럴듯한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야구에 ‘이응’을 붙이면 양궁.
그러니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는 양궁도 잘할 것 같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어른이 들으면 조금 엉뚱한 이야기인데,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런 순간을 만나면 3학년 아이들의 생각이 참 재미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연결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대화를 좋아한다.
특별히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체험을 기다리면서 나눈 짧은 대화였다.
그런데 이런 짧은 대화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2. “저기를 맞추면 국가대표 되는 거예요?”
양궁체험장 바로 옆에는 골프장이 있었다.
아이들과 주변을 둘러보는데 골프장 쪽 높은 곳에 과녁판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을 본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기를 활로 맞추면 국가대표 되는 거예요? 올림픽 할 때 티비에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옆에 있던 평소에도 상식이 풍부한 친구가 아주 당당하게 설명해주었다.
“응. 맞아. 김제덕 선수도 저거 맞혀서 국가대표 된 거야.”
아이는 정말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웃었다.
아이들의 대화는 참 재미있다.
한 아이는 눈앞에 보이는 과녁을 보고 국가대표와 올림픽을 떠올렸고, 다른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양궁 선수의 이야기를 아주 당당하게 친구에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아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3.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자기 경험과 연결한다

오늘 아이들과 나눈 두 번의 대화는 조금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양궁을 그냥 낯선 운동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와 양궁을 연결했다.
또 다른 친구는 눈앞에 보이는 과녁을 보고 국가대표와 양궁선수를 떠올렸다.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서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 자체가 하나의 질문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른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도 아이들에게는 궁금한 것이 된다.
“왜 저기에 있지?”
“저건 어디까지 맞힐 수 있을까?”
“저걸 맞히면 정말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각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듣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정말 엉뚱한 질문이지만, 그 안에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는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4. 처음 해보는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를 나누고 드디어 양궁체험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양궁이었다.
처음 잡아보는 활이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고, 직접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경험도 새로웠을 것이다.
오늘 찍은 사진에는 아이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아이들의 표정 대신 활을 잡고 체험하는 모습과 양궁장 주변의 풍경을 담았다.
사진을 다시 보고 있으니 오늘 하루가 떠오른다.
좋은 날씨.
체험을 기다리며 펄쩍펄쩍 뛰던 아이들.
처음 경험하는 양궁체험에 기대하던 모습.
그리고 체험을 시작하기 전 나누었던 엉뚱하고 재미있는 대화.
아이들에게 오늘의 양궁체험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오늘 아이들과 함께했던 장면 몇 가지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특히 두 문장이 그렇다.
“야구에 이응만 붙이면 양궁이니까 너는 양궁도 잘하겠네?”
그리고
“선생님, 저기를 활로 맞추면 국가대표 되는 거예요?”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만난다.
교과서에도 없고, 수업지도안에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장면들이 학교생활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5. 오늘도 아이들에게서 하나를 배웠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학습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평소 교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이들은 양궁이라는 새로운 경험 앞에서 자기들이 알고 있던 것들을 꺼내놓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양궁과 연결하고, 높은 곳에 있는 과녁을 보며 국가대표를 떠올리고, 자신이 궁금한 것을 바로 선생님에게 물었다.
어른의 기준으로 보면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순간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아이들의 말을 좋아한다.
조금 엉뚱해도 괜찮다.
틀려도 괜찮다.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자기 방식으로 연결해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양궁을 체험하러 갔지만, 나는 아이들의 생각을 하나 더 체험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아이들은 참 재미있다.
그리고 3학년 아이들은 특히 더 재미있다.
오늘도 아이들과 좋은 하루를 보냈다.
맑은 날씨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나 더했고,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기도 하나 더 생겼다.
아마 나중에 오늘을 떠올리면 양궁을 얼마나 잘 쐈는지보다 아이들이 했던 말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야구에 이응만 붙이면 양궁이니까 너는 양궁도 잘하겠네?”
그리고
“김제덕 선수 정도는 되어야 저기를 맞추는 거예요?”
정말,
3학년 아이들의 생각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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