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다녀온 이월드 현장체험학습. 고양이 머리띠부터 첫 회전목마, 조별 놀이기구 체험까지 아이들의 귀여운 순간과 현장체험학습을 바라보는 담임교사의 마음을 기록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한 달 전부터 기다리던 이월드 현장체험학습 날이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 내 책상 위를 보는데 고양이 머리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음? 이게 뭐지?’
그랬더니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선생님, 오늘 이거 하셔야 돼요.”
알고 보니 오늘 우리 반 여자아이들의 단결 아이템이었다. 우리 반은 여학생 5명, 남학생 6명인데 오늘 여학생 한 명이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 한 자리를 내가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벌써 한 달 전부터 현장체험학습 날 입을 옷과 머리띠까지 정해 두었다고 했다.
음하하하하.
이 나이에 고양이 머리띠라니.
하지만 아이들의 이 순수한 마음을 어찌 거절하겠는가.
나는 고양이 머리띠를 쓰고 전교생이 모이는 1층 로비로 내려갔다.

“우와, 3학년 선생님 오늘 컨셉 너무 좋은데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왔다.
다른 학년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말했다.
“우와! 3학년 선생님 오늘 컨셉 너무 좋은데요?”
“아, 우리반 선생님도 저런 거 했으면 좋겠다.”
하하하. 그런가?
이게 다른 학년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아이템이었구나.
슬쩍 우리 반 아이를 바라봤다. 내 책상 위에 머리띠를 올려놓았던 그 아이의 어깨가 왠지 조금 으쓱해진 것 같았다.
‘우리 선생님은 우리랑 같이 했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비가 온다는데 우산을 가져가야 할까?
오늘 오전에는 비 예보가 있었다.
출발 전 선생님들이 급하게 교무실에 모였다. 아이들에게 우산을 챙겨 가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러 다니는데 우산을 계속 들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비가 많이 내리면 현장에서 우의를 사서 입히기로 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해도 강하게 나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타며 돌아다니기에는 오히려 딱 좋은 날씨였다.
게다가 비 예보 때문이었는지 평소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신나는 날이었다.
“선생님, 저 긴장돼요.”
이월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저 긴장돼요.”
아직 놀이기구 하나 타지도 않았는데 긴장된다니.
그 말이 왜 그렇게 귀엽던지.
입장권을 나눠주려고 하니 아이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손목부터 내민다. 선생님이 채워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표정이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 스스로 별명을 ‘내 친구는 돼지’라고 붙이며 친구들을 웃기는 아이가 나섰다.
“선생님, 제가 해줄게요. 주세요.”
오호.
그래서 역할을 나눴다.
나는 여학생들의 입장권을 채워주고, 그 아이는 남학생들의 입장권을 맡았다.
덕분에 우리 반은 아주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제일 먼저 입장했다.

우리의 첫 놀이기구는 무조건 회전목마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몇 장 찍고 아이들은 곧바로 회전목마로 향했다.
이것도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
남학생은 3명씩 두 조, 여학생은 4명이 한 조였는데 세 조 모두 첫 번째 놀이기구를 회전목마로 정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선생님도 빠질 수 없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회전목마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을 더 신나게 만든 사실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오늘 회전목마의 첫 손님이었다.
아이들은 ‘첫 손님’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가 오늘 처음이에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오늘 가장 먼저 회전목마를 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한참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선생님, 우리 조는 이거 타고 올게요!”
회전목마를 탄 뒤 점심시간 전까지 사용할 집합장소에 가방을 모아두었다.
이제 본격적인 조별 자유 활동 시간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갈 줄 알았는데 한 조씩 내 앞에 와서 말했다.
“선생님, 우리 조는 ○○ 타고 올게요!”
“선생님, 저희는 저쪽 갔다 올게요!”
일일이 어디를 가는지 보고하고 떠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도 아이들끼리 약속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간다.
그 뒷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점심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하나둘 집합장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 팀이 보이지 않았다.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희 어디야?”
그러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저희 지금 후룸라이드 줄 섰는데 이제 막 타기 직전이에요. 이것만 타고 갈게요. 죄송해요.”
하하하.
그 상황에서도 선생님과의 약속은 생각나고, 그렇다고 눈앞의 후룸라이드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것만 타고 갈게요. 죄송해요.”
오늘 들은 말 중 참 3학년다운 말이었다.

오늘의 점심은 돈가스, 그리고 우동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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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돈가스였다.
전교생 단체 할인이 가능했고,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햄버거나 도시락보다 돈가스가 편하게 먹기 좋겠다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모였다. 그래서 1~3학년은 모두 돈가스로 정했다.
다만 우리 반에는 알레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메뉴는 우동으로 따로 준비했다.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다 보면 놀이기구나 이동 동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먹는 것 하나도 아이들마다 살펴야 할 부분이 다르다.
아이들이 모두 자기에게 맞는 점심을 먹고 다시 놀이기구를 타러 뛰어갔다.
아무 일도 없어서 참 다행이었던 하루
점심을 먹은 뒤 아이들에게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마지막까지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집합장소인 고스트하우스로 아이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인원을 확인하고 버스에 올라 학교로 돌아왔다.
오늘은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누가 다치지도 않았고, 길을 잃은 아이도 없었고, 비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실컷 놀았고 약속한 장소로 무사히 돌아왔다.
글을 쓰려고 오늘 하루를 떠올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놀이공원 현장체험학습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교사에게는 어쩌면 그것이 오늘 가장 감사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는 고양이 머리띠를 건네며 나를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였고, 놀이공원에 도착해서는 첫 손님이라며 좋아했다. 놀이기구를 타러 갈 때마다 어디를 가는지 알려주었고,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을 것 같자 전화기 너머로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그냥 친구들과 신나게 놀이기구를 탄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사인 나에게는.....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고, 함께 움직이고, 약속을 기억하고, 자기들끼리 챙기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교실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현장체험학습은 힘들어도 다녀오고 나면 꼭 남는 것이 있다.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교사의 마음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
요즘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은 마냥 설레는 학교 행사가 아니다.
몇 해 전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이후 인솔 교사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그 일을 지켜본 교사들 사이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나가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생겼다.
나 역시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할 때면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하게 된다.
놀이공원이라면 더 그렇다.
조별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약속한 장소에 잘 돌아오는지, 놀이기구를 타다가 다치지는 않는지, 이동 중 사고는 없는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오늘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인원을 세고, 아이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렇다고 현장체험학습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친구들과 한 달 전부터 머리띠를 맞추고,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의논하고, 조별로 움직이며 서로를 기다려주고, 약속 시간이 늦어질 것 같자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경험은 교실 안에서 만들어주기 어렵다.
그래서 더 아쉽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배움이 될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이 계속되려면, 교사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와 제도가 함께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하루 아이들과 신나게 웃고 돌아왔지만, 학교에 도착해 마지막 인원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놀이공원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교사에게 이 말은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집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따라다녔더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런데 블로그 글부터 쓰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우리 집 막내아들이 옆에서 난리가 났다.
“엄마, 배고파!”
하하하.
학교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 챙기고, 집에 오니 또 배고픈 우리 집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현장체험학습 기록은 여기까지.
이제 진짜 저녁밥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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