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힘들었다. ㅜ.ㅜ
나름 AIDT 관련 연수도 많이 들었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여러 AI와 디지털도구를 직접 적용해 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원격 연수를 들어도 강사님의 설명을 웬만큼 알아듣고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솔직히 생각했다.
‘나, 이제 AI 좀 하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자신이 있었는지. ㅎㅎ
오늘은 스탠포드 호텔에서 AI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교원 역량강화 연수가 있었다.
학교에서 정보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웬만한 정보 관련 연수에는 참여하는 편이다. 새로운 도구를 알게 되면 직접 사용해 보고, 괜찮다 싶으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는 것도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
그래서 오늘도 자신 있게 연수장에 들어갔다.

“그런 것도 있었어요?”
연수는 4명씩 모둠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나는 1모둠.
슬쩍 둘러봐도 내가 모둠에서 가장 선배인 것 같았다.
처음 모둠원들과 AI와 디지털도구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사용해 본 도구 중에는 다른 선생님들이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었다.
“아~ 그런 것도 있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살짝 어깨가 올라갔다.
‘역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유리하구나.’
하지만 그 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업설계안까지 만들었는데… 왜 편집이 안 되지?
오늘 연수는 오전 수업 설계, 오후 평가 두 파트로 나뉘었다.
오전 실습에서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젬스를 이용해 수업설계안을 만들었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빠르게 잘 만들었다.
‘그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런데 만들어진 수업설계안을 주어진 틀에 넣으려고 하니 이상하다.
응? 편집이 안 되네?
아무리 눌러봐도 수정할 수가 없다. 알고 보니 그냥 그림파일처럼 만들어진 것이었다.
‘왜 안 되지?’
챗GPT도 유료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이것저것 연수도 많이 들었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ㅜ.ㅜ
결국 제일 빨리 손을 들었다.
“선생님!”
보조강사님을 불러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법을 여쭤봤다. 관련 AI와 방법을 설명해 주셨는데….
아….
어렵다. ㅜ.ㅜ
그사이 다른 모둠 선생님들의 수업설계안은 하나둘 패들릿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발표도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나는 다른 선생님들의 결과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에이구…. 더 공부해야겠다.’
3년 차 후배에게 물었다
우리 모둠의 막내는 3년 차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수업설계안을 정말 잘 만들었다. 발표도 깔끔했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했어요?”
나는 뭔가 내가 모르는 새로운 기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이는 정말 간단했다.
프롬프트 딱 한마디였다.
‘편집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줘.’
아….
그거였다.
새로운 AI도, 복잡한 기능도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AI에게 정확하게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편집 가능한.’
그 한마디가 빠져 있었다.
AI 도구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AI를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
오늘 오전에 제대로 하나 배웠다.
오후에는 ‘평가’를 다시 생각했다

오후 연수의 주제는 평가였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 평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3월부터 수행평가, 차시평가, 단원평가 등 아이들의 자료를 계속 모은다. 학기 말이 되면 그것을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며 아이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분석하고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AI가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반복적인 작업의 일부를 도와준다면 교사의 업무 부담은 분명 줄어들 수 있다.
오늘 연수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단순히 ‘AI를 활용하면 평가 업무가 편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줄어든 채점 시간만큼 아이들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보기
교사는 AI의 도입으로 단순한 채점자를 넘어 아이들의 성장 경로를 살펴보는 분석가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답 뒤에 숨어 있는 오답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가를 수업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특히 마음에 남은 말이 있었다.
줄어든 채점 시간만큼 아이들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보기.
이 문장을 듣는 순간 그동안 내가 AI를 배우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AI가 교사를 대신해 아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인 정리와 분석에 들어가는 시간을 덜어내고, 그 시간에 교사가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이다.
“이 아이는 왜 여기서 계속 틀렸을까?”
“정말 모르는 걸까?”
“다음 수업에서는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평가는 아이들을 변별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를 어떻게 도울까?’를 고민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평가는 교사와 학생이 성장을 매개로 나누는 대화의 언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빠릿함은 조금 부족해도, 아직 배우고 싶다
오늘 오전에는 솔직히 조금 속상했다.
후배 선생님들은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 패들릿에 올리는데 나는 중간에 막혔다.
‘역시 나의 연륜이 후배들의 빠릿함을 따라갈 수는 없구나.’
그런 생각도 잠깐 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모르면 손을 들었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3년 차 후배에게 다시 물었다.
그리고 ‘편집 가능한’이라는 딱 한마디를 배웠다.
경력이 쌓이면 후배들에게 알려줄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AI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분야에서는 후배에게 배울 일도 많다.
그게 뭐 어떤가.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면 된다. 그리고 다시 내 교실에서 해보면 된다.
빠른 기술은 후배에게 배우고, 그 기술을 교실에서 왜 사용해야 하는지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 속에서 생각하면 된다.
오늘 조금 헤맸다.
그래도 아직 새로운 것을 보면 궁금하고, 모르면 묻고, 배운 것을 다시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해보고 싶다.
아직 내게 이런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나는 참 자랑스럽다.
그리고 오늘 가장 오래 남은 한 문장.
줄어든 채점 시간만큼 아이들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보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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